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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 * 의수

장애를 넘는 기술: 의족으로 마라톤을 뛴 사람들

by new-leap 2025. 5. 9.

1. 의족으로 마라톤? 불가능을 뛰어넘은 도전

과거에는 의족을 착용한 사람이 장거리 마라톤에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려웠습니다. 보행 자체도 쉽지 않던 시절, 뛰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의족을 단 사람들이 마라톤을 완주하고, 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하며, 심지어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의지의 기술 향상을 넘어서, 인간의 도전 정신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첨단 기술의 조화 덕분입니다. 특히, 스포츠용으로 특화된 ‘러닝 블레이드’ 또는 ‘카본 스프링 의족’은 충격 흡수, 추진력, 경량성에서 기존 의족과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기능 회복이 아닌, 퍼포먼스 향상을 목표로 개발된 도구이며, 장애인의 삶을 넘어 스포츠계의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단순히 걸을 수 있는 것에서 뛰고, 더 나아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는 사람들. 이들은 기술 발전의 수혜자이자, 기술을 진화시키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장애를 넘는 기술: 의족으로 마라톤을 뛴 사람들

2. 의족 마라토너들의 기술적 비밀

의족 마라토너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일반적인 의족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들은 달리기를 위한 특수 의족인 **러닝 블레이드(running blade)**를 착용하는데, 이는 주로 카본파이버(Carbon Fiber) 소재로 제작되어 가볍고 탄성이 뛰어납니다. 이 블레이드는 충격을 흡수하고, 지면에서의 반발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족 착용자는 지면을 디딜 때 체중이 의족에 실리며, 이 힘이 블레이드의 곡선 구조를 통해 에너지로 저장되었다가 튕기듯 발사되는 방식으로 전환됩니다. 이로 인해 마치 스프링을 밟고 튀어 오르는 듯한 추진 효과를 얻을 수 있죠. 이를 통해 의족 마라토너들은 놀라운 속도를 유지하며 장시간 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습니다. 체형, 잔존 사지의 길이, 근력, 균형 능력 등을 모두 고려해 개인 맞춤형 조정이 필수입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훈련과 적응이 필요하고, 발의 감각이 없기 때문에 착지 감각을 다른 신체 부위로 보완하는 고난도의 스킬이 요구됩니다.

3.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

세계적으로 의족을 단 마라토너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사우스 아프리카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Oscar Pistorius)**입니다. 그는 양쪽 무릎 아래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의족을 사용해 생활했으며, 이후 러닝 블레이드를 착용하고 비장애인과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의 출전은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동시에 전 세계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불어넣은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의족 마라토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마라토너 한정수 선수는 한쪽 다리를 잃고도 풀코스를 완주하며 꾸준히 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다양한 언론에서 소개되며 도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의 사례는 기술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자, 의지와 끈기의 힘을 대변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단순히 기록을 쫓는 마라토너뿐 아니라, 삶의 극복과 회복의 과정으로 달리기를 선택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들은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고, 기술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을 정의해나갑니다.

4. 기술, 제도, 인식이 함께 달려야 한다

의족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제도적 장벽은 존재합니다. 고성능 러닝 블레이드는 가격이 매우 높아 일반적인 장애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보험 적용이나 지원 제도도 아직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더불어 비장애인 경기 출전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기술적 형평성 논란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이미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도전하는 사람들도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기술을 얼마나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게 제공할 수 있느냐입니다. 정부와 사회는 이러한 발전을 인프라, 정책, 교육 등으로 뒷받침할 의무가 있습니다.

결국, 의족으로 마라톤을 뛰는 것은 단순히 육체의 극복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성, 사회의식이 함께 만들어낸 가능성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이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그 도전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