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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 * 의수

의수 개발 현장에서 만난 연구자 이야기

by new-leap 2025. 5. 9.

1. 의수를 만드는 사람들: 기술보다 앞서는 질문

서울 외곽의 한 재활공학 연구소. 이곳은 인공지능 기반 로봇 의수를 개발하는 국내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다. 이곳에서 만난 박정우 박사는 의수 개발에 10년 넘게 매달린 베테랑 연구자다.
“우리는 기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의 삶을 회복시키는 장치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첫마디는 단순한 개발자의 기술 이야기가 아니었다. 의수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지만, 기계적인 완성도만으로는 사람의 손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 박사는 기술 개발에 들어가기 전, 항상 자문한다고 한다. “이 의수는 누가 사용할 것인가? 어떤 손실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단순히 손가락이 움직이는 의수가 아니라, 사용자의 심리와 사회적 적응까지 고려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개발 초기부터 실제 사용자를 연구소에 초대해 인터뷰하고,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구체적으로 수집한다.

 

의수 개발 현장에서 만난 연구자 이야기

2. 실패는 반복되고, 성공은 느리게 온다

의수 개발은 단순한 기계 조립이 아니라 의학, 공학, 심리학, 디자인까지 엮여 있는 복합 작업이다. 박 박사 팀은 초기 시제품을 수십 개 만들고, 그 중 90%는 현장에서 폐기되었다. 한 번은 의수 손가락 관절에 고강도 합금 부품을 넣었지만 너무 무거워 실제 사용자에게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실험실에서는 잘 작동하는데, 실제 착용하면 10분도 안 돼 팔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현실이죠.”
연구자들은 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에 부딪힌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제품이 사용자에게는 불편하고, 가격이 너무 비싸져 보급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박 박사와 팀원들은 점차 개발 철학을 바꾸게 됐다. 완벽한 기계를 꿈꾸기보다는, 사용자의 일상에 어울리는 실용적인 기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AI 제어보다 ‘쉬운 수리’, ‘저렴한 부품 교체’, ‘빠른 적응’에 초점을 맞춘 제품도 병행 개발 중이다.

3.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기술

연구소에서는 특정 사용자와 6개월 이상 파트너십을 맺고 제품을 테스트하는 동행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박 박사는 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사용자와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녀는 사고로 오른손을 잃었고, 의수를 차고 교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

“가르칠 수 있는 손을 만들어달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어요. 그냥 펜을 쥐는 손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이 필요하더군요.”
그녀의 니즈를 반영해, 팀은 기존 제품보다 훨씬 가볍고 빠른 반응 속도를 가진 의수를 설계했다. 손가락의 저항력을 낮추고, 터치 스크린에도 반응할 수 있도록 정전기 처리된 소재를 사용했다.

이 사례는 연구진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기술은 정답이 아니라, 사용자마다 다른 해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후 연구소는 제품의 성능 테스트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 생활 패턴, 사회적 관계까지 함께 분석하는 프로세스를 표준화했다.

4. ‘사람의 손’을 다시 정의하다

박정우 박사는 이제 “의수는 사람의 손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이 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손보다 더 강력한 그립, 반복 작업에 최적화된 구조, 밤에도 잘 보이는 발광 기능 등은 그가 ‘미래의 의수’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으로 꼽은 요소들이다.

또한 그는 앞으로는 비장애인도 선택적으로 의수를 사용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본다. 손에 피로도가 쌓일 때, 의수를 연결해 특정 작업을 대신 수행하거나, 새로운 감각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보조 장치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의료 보조를 넘어선 인간 능력 확장 기술의 일환이다.

마지막으로 박 박사는 웃으며 말했다.
“의수를 연구하며 가장 많이 배운 건, ‘사람’이었어요. 기술이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사람이 기술을 만들게 한다는 걸요.”
의수 개발자들의 하루는, 사람의 손을 닮기 위한 집요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노력의 끝에는, 단순한 손 하나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되찾는 연결고리가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