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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족 * 의수

저소득 국가를 위한 오픈소스 의지 프로젝트

by new-leap 2025. 5. 9.

1. 의수가 사치품이 되어버린 나라들

의수나 의족은 단순히 신체 기능을 대체하는 도구를 넘어, 한 사람의 자립과 사회적 복귀를 가능케 하는 핵심 장비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기술은 여전히 ‘너무 비싸고 접근할 수 없는’ 사치품에 가깝다. 특히 전쟁, 자연재해, 감염병 등으로 인해 절단 장애인이 급증한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기본적인 재활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절단 장애인 중 80% 이상이 적절한 의수를 한 번도 착용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의수를 맞추기 위해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처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고급 인공 의지를 도입하거나 유지하는 데 큰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정말 다른 대안이 없을까? 이런 현실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오픈소스 의지 프로젝트’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현지에서 생산 가능한 기술로 기본 의수를 제공하겠다는 새로운 시도다.

 

저소득 국가를 위한 오픈소스 의지 프로젝트

2. 오픈소스 의지란 무엇인가?

‘오픈소스 의지(Open-source prosthetics)’는 이름 그대로 설계도와 기술 정보를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개하는 인공 의지 기술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e-NABLE’이라는 글로벌 커뮤니티가 있다. 이들은 3D 프린터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손 또는 팔의 절단 장애인을 위한 저가형 의수를 제작하고 배포하고 있다.

이런 의지는 상업용 의수에 비해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기본적인 움직임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비용이 현저히 낮다는 장점이 있다. 3D 프린팅 기반으로 제작하면 손 하나에 드는 비용이 약 20~50달러 수준으로, 기존 제품보다 95% 이상 저렴하다. 또한 오픈소스 덕분에 개발자와 제작자가 전 세계에서 협력할 수 있어, 꾸준히 기능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협업과 공유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설계도만 있으면 프린터로 의수를 출력할 수 있고, 현지 병원이나 학교에서 조립 교육을 통해 자립적인 생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의수를 ‘기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 기술자 양성과 지역 커뮤니티 구축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3. 오픈소스가 바꿔놓은 삶들

케냐의 한 청소년인 데이비드는 열네 살에 불의의 사고로 오른손을 잃었다. 가난한 농촌 지역에 살던 그는 병원에서 의수를 맞추기엔 비용이 너무 커서 포기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역 NGO를 통해 접한 오픈소스 의수 프로젝트 덕분에, 그는 지역 공방에서 자신의 손을 직접 만들어 착용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처럼 오픈소스 기술로 삶을 바꾼 사례는 아프가니스탄, 네팔, 브라질, 방글라데시 등 수많은 저소득 국가에서 계속 보고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기술의 수혜자에서 기술의 생산자로 성장하기도 한다.
일례로 우간다에서는 의수 제작 교육을 받은 장애인이 직접 지역 주민의 의수를 설계·제작해주는 ‘장애인 메이커(maker)’로 활동하며 자립에 성공했다.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한 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공공성과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둔 오픈소스 철학이었다. “모두를 위한 기술”이라는 이념은 단지 기계적인 의지를 넘어서, 존엄과 기회의 회복이라는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4. 미래를 위한 기술,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오픈소스 의지 프로젝트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부분도 있다. 내구성, 정밀 제어, 감각 피드백 등은 상업용 고급 제품에 비해 부족하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의 민주화에 있다. 첨단 기술이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로컬 자재를 활용한 재료 혁신이나, 스마트폰과 연동 가능한 간단한 센서 장치도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이 발전은 장벽이 아닌 연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미래 의지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순히 ‘더 정교한 기능’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확장성이다. 오픈소스 의지 프로젝트는 그 방향성을 선도하고 있으며, 우리가 상상하는 ‘모두를 위한 기술 사회’를 조금씩 실현해나가고 있다.